코비드 시대, 재택 근무가 장기화 되면서 집밥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래서 그런가 아무리 입맛이 없다 밥맛이 없다 하더라도 삼시 세끼 집밥에 의존하는 나는 이른바 삼식이로서 아침에 밥솥에 밥을 한 가득 해놓아도 하루가 멀다하고 어디론가 사라지게 하는 매직을 매일 같이 시전한다. 아 배 안고픈데 하면서 밥 두 그릇 해치우는 것은 진정 위선이리라.
그렇기에 밥맛이 없어서 외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 밥맛은 어쨌든 항상 있으니까. 우리가 외식을 할때는 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배가 딱 고프기 시작하려고 함과 동시에 밥솥에 밥이 없음을 발견 했지만 밥 지을 의지와 함께 소요되는 시간을 감내 하기 무척 싫을 때, 열에 아홉은 외식 옵션을 적극 활용한다. 한마디로 집에 먹을 거 없을 때 사먹는다. 중식, 일식, 양식, 한식. 이 곳 실리콘밸리에선 역시 한국과 달리 뭔가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이렇게 다양한 외식 종목들이 있지만 좀 더 자극적이면서도 맛있고 쉽게 갈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햄버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동네 차를 타고 길을 가다 보면 길거리에 정말 다양하고 많은 햄버거 가게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COVID-19 이전에도 드라이브스루, Takeout 등 pick up 시스템이 워낙 잘 갖춰져 있어 이용하기도 편하고 가격도 무난하게 한 끼 하기에 부담이 별로 없다. 어차피 자주 먹지 않으니, 가끔 별미로 괜찮은 외식 메뉴인 것 같다.
출처: Bloomberg
우리집은 버거를 먹는다면 거의 예외 없이 In-n-out으로 간다. 재료가 신선하고, 다른 곳보다 깨끗하고 덜 느끼하며, 저렴한 가격에 맛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맥도널드와 버거킹도 다 가봤는데, 음 너무 먹고 싶어서 오긴 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당분간은 생각 안나겠다 라는 정도? 하지만 인앤아웃은 물론 집근처에 있다는 큰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다른 버거들과 달리 큰 기복이 없는 점, 잘 질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미국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맥도널드, 버거킹 말고도 정말 많은 브랜드들이 있다. 당연히, 로컬 레스토랑의 메뉴에 있는 버거는 제외하고서라도, 뭐 당장 내가 애정하는 인앤아웃 뿐만 아니라, 얼마전 한국에 매장 오픈했을 때 소위 난리가 났던 뉴욕 출신 Shake Shack 까지. 보기엔 별로 다를 것 없는 다 같은 버거집이지만, 정말 수많은 버거 브랜드들이 존재하고 있다.
레스토랑 관련 매거진인 QSR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출 상위 50위권 외식 브랜드들 가운데, 버거 브랜드가 14개나 포함되어 있다. 이를 따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여기엔 내가 아예 알지 못하는 브랜드도 다수 있어, 내가 먹어 봤거나, 가봤거나, 코멘트 할 수 있는 버거들 위주로 간단히 리뷰 해보고자 한다.

우선 맥도날드. 일단, 매장 수, 매출 규모 면에서 맥도날드가 다른 모든 브랜드들을 압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햄버거만으로 $38B (한화 약 41조원) 이라니..맥도널드가 미국을 대표하는 버거 회사인 것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잘 알던 사실이나, 이렇게 다른 회사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근데 사실 맥도날드 매장 분위기는 한국과 미국이 사뭇 다르다. 한국에선 맥도날드 매장이 꽤 깨끗하고, 밝고 명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한끼 떼우는 버거 치고는 빅맥 가격도 그다지 싸다고 보긴 어렵고. 하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개인적으로 매장 분위기가 일단 좀 지저분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맨하탄에 있는 맥도날드에선 노숙자들이 구석마다 죽치고 있었기도 했고, 화장실도 위생 상태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문해서 나온 빅맥도 대충 만들어서 포장후 트레이에 던져진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그닥 유쾌하고 즐겁게 먹었다기 보다는 얼른 먹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던 기억이 강렬하다. 최근 이렇게 오랫동안 형성된 “싼마이” 이미지를 벗기위해 매장도 그럴듯하게 리노베이션하고, 오가닉 채소와 고기를 쓰는 프리미엄 버거도 출시하여 낡고 오래된듯한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음식은 별로 나아진게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미지 출처: Matthew Cooney’s Year 1 Graphic Journal
다음. 버거킹. 서울에 있을 때 가장 좋아했던 와퍼. 하지만, 미국 버거킹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기에 이렇게 맛이 없나 싶을 정도다. 와퍼 기준으로, 버거를 다 만들고 프레스로 누르는 건지 일단 너무 납작하다. 심지어 들어갈 재료가 다 들어가긴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 둘째, 겁나 짜고 퍽퍽하다. 콜라 강제 소환.

나는 너겟을 같이 시키는 편인데, 먹을 때마다 정체불명의 식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예전 도시괴담으로 떠돌던 비둘기 머리고기가 생각난다.

예전 Kellogg 에서 MBA할 때, 기숙사 맞은 편에 버거킹이 있었더랬다. 정말 귀찮거나 급해서 몇번 갔는데, 갈 때마다 뭔가 탈이 났었던 기억이 있다.

잭인더박스. 난 여기가 매출이 $3.5B, 한화로 4조원 가까이 되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그냥 뉴욕에서 실리콘밸리로 이사 온 이후로 길거리에 엄청 보이길래 이 동네 버거집인가보다 했는데, 대기업이었다 어허헣. 샌디에고가 본사고, 1951년에 설립되었다 하니, 거의 70년이나 된 뼈대있는 기업인 것이다. 난 이 버거를 LA에 출장 가서 먹었는데, 버거 자체는 색다른 점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타코를 같이 파는 점이 좀 특이했고, 그래서 그런지 남미 분들이 좀 많았다. 양이 전반적으로 많았고, 콜라를 정말 큰 컵에 줬던 것 같다.

FIVE GUYS. 내가 미국으로 처음 정착했던 곳은 와이프 학교가 있던 피츠버그였다. 여기서 버거가 땡겨 뭔가 새로운 버거를 먹고 싶어 갔던 기억이 난다. 일단, 일반적인 버거가게와 달리, 주문이 엄청 세분화 되어 있어서 버거하나 시킬라면 점원과 스무고개 하듯이 계속 문답이 오가야만 한다.
약간 서브웨이 주문할 때 빵 종류부터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크게 핫도그, 버거, 샌드위치 이렇게 세그먼트 되어 있고, 올라가는 고기에 따라 버거 종류가 달라진다. 가장 문답이 오래 오고 가는게 이 프리토핑인데, 아 이거 요령을 잘 숙지하고 가야지 안그러면 최악의 경우 베이컨 버거에 빵 베이컨 위에 마요네즈만 발라서 나오는 참극을 경험할 수 있다. 토핑을 고를 수 있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미국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게 자기가 먹을 걸 아예 새로 설계하듯 주문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점원이라면 살짝 빡칠 정도지만, 뭐..대체로 다 잘 받아준다. 가격대는 상대적으로 좀 비싸지만, 고기패티와 야채가 신선하고, 전반적으로 맛 좋음.

출처: mashed.com
Shake Shack. 셱셱 맛있다. 힙스럽다. 아 뉴욕 뉴욕. MBA 졸업 후에 뉴욕 맨하탄에 있을 때 참 자주 많이 갔었다. 뭔가 버거같지 않고 요리 같다는 느낌 들 정도로 조화가 적절하게 잘 되어, 초반엔 버거 하나 먹으면 살짝 아쉬울 정도. 그래서 버거 사이즈 업하고 셰이크까지 시키면 1인당 20불가까이 나오기도 해, 사실 다른 버거 가게에 비해서는 굉장히 비싼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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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 맛은 좋다. 뭐랄까 맛이 강한 편이랄까, 느끼함도 강, 짠맛 단맛, 야채, 고기 풍미도 강. 그래서 강대강의 조합으로 서로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어울리는 맛이지만, 아무래도 이거 먹으면 이후 간이 세서 그런지 나 개인적으론 몇시간은 물 생각이 자꾸 난다. 특히, 저 커스터드 셰이크는 뻑뻑하고 엄청 달아서, 혀가 꼬이면서 급격한 당 충전으로 인해 정신이 번쩍 날 지경이다.
항상 엄청 긴 줄을 상대 해야 하고, 매장안에서 먹는다면, 처음 보는 사람과도 정말 절친처럼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항상 많다. 회사 부근이라 개인적으론 그랜드 센트럴 역 지점을 많이 갔는데, 거긴 푸드코트라 주변에 편히 앉을 곳이 많아서 자주 갔던 것 같다. 자주 먹어서 어느 샌가 느끼함에 잘 안가게 되었지만, 지금 서부에 와서는 정말 땡기는 것중에 하나다.
White Castle 화이트캐슬. 딱 한번 가봤다. 시카고에 있을 때. 전반적인 매장 외형도 캐슬, 성을 표방하여 유치한 성곽 모양 건물 외벽이 눈길을 끈다. 전반적으로 올드하고 촌스러운 느낌이 들고, 프리미엄 버거이기보다는 정말 싸게 한끼 떼우는 용도로 오는 구나 하는 인상을 빡 받았다. 아니 그렇게 후진 버거집 연간 매출이 6천억원에 가깝다니…그리고 심지어 버거 쪽에서 제일 힙스럽고 잘나가는 셰익셱보다 많다니.. 정말 놀라웠다.
사실 이건 버거라고 하기 어렵고 약간 slider라고 해야하나, 작은 모닝롤 같은 빵 사이에 일반 버거 패티의 1/3 수준의 미니버거를 몇 개 시키고, 여기서 감자튀김이나 셰이크 등 같이 때려먹는 거다. 가격이 싸서 배터지게 먹어도 얼마 안나온다.

사실 화이트캐슬은, 존 조가 주인공으로 나와 대 히트를 쳤던 B급 코믹 로드무비 해롤드와 쿠마의 최종 목적지이다.
사실 이 배우들이 영화에서 너무 맛있게 먹기에 함 가보자 했던 건데,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하지 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