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양한 자금들은 어디서 왔을까?

흔히들 미국은 다양성의 천국이라고 한다. 뉴욕의 금융 시장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돈 되는 건 다 한다” 할 정도로 온갖 종류의 수많은 금융 상품들이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다양한 자금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한 경쟁 중이다. 미국의 최대 자산 운용사인 BlackRock 은 5,400조원의 운용 자산을 관리 중이고 (2017년 3월 31일 기준), 그 뒤를 잇는  Vanguard, Fidelity 또한 각각 4,200조원, 2,200조원의 자금을 운용 중이다. 위의 운용사들은 단순히 이러한 자금들의 운용을 위탁 받고 “관리”에 의한 수수료와 댓가를 받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상상조차 하기 힘든 큰 자금들은 어디서 왔을까.

가장 쉽게는 개개인의 가처분 소득에서 시작되는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의 행동들이 어찌 보면 그 시작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여윳돈으로 직접 소액 주식투자를 하거나, 혹은 펀드에 가입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연기금을 포함한 수많은 기관 자금들이 거대한 뉴욕의 금융 시장을 떠받치는 막대한 자금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주식 운용을 할 때에도 크게 불특정 개인의 펀드 가입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운용했던 리테일 펀드와 함께 각종 기관 자금의 집행을 통해 설정 되는 펀드 이렇게 크게 두 부류의 자금을 운용했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기금 주체들이 있었다.

  •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비롯한 연기금
  • 군인/경찰 공제회와 같은 각종 공제회 단체의 내부 유보 자금
  • 생명 보험, 화재 보험 등 각종 보험사 운용 자금
  • 농협, 우체국 등의 공기업이지만 개인들의 보험, 혹은 예금을 통한 애매한 성격의 자금들

사실 이 정도의 범주로만 묶더라도 굉장히 다양한 성격의 자금들이 그 해당 범주안에 존재하고 있고, 펀드 운용을 하면서 꽤 많은 시간을 이들 자금 주체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난다.

물론 개별 자금들은 모두 서로 다른 성격과 운용 플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물론 약속이나 한듯 결론은 모두가 “기- 승- 전- 좋은 성과”로 빡센 대동단결) 자금을 받아 운용하기 위한 조건에 맞추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도 이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기금들이 존재하고 있고 오늘도 좋은 수익처를 찾기 위해 발로 뛰어 다니고 있다. 좀 더 한국에 있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금 시장 규모도 (펀드 시장) 한국의 몇배가 되기에 훨씬 더 세분화 되어 있고 심지어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부류도 있다. 이 또한 개략적으로 분류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1. Pension funds – 연기금
  2. Mutual Funds – Fund of Funds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한국은 재간접 펀드로 알려짐)
  3. Insurance companies –  보험사 자금
  4. ETF funds – 지수 연동 펀드 (인덱스 펀드 위주)
  5. College Endowments – 대학 발전 기금 (졸업생 등의 기부로 인한)
  6. Private Foundations – 재단, 사적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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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내는 국민연금은 산으로 가는가 아니면 바다로 가는가. 출처: Willis Towers Watson

 

미국 시장도 한국과 같이 연기금이나 보험사는 운용사에 있어서 굉장히 큰 자금 줄일 것이다. 미국 전체 연금 펀드 규모가 2016년 기준 2경…2,480조원 (경” 단위는 나도 참 생소하다) 이고, 6번째로 큰 부류인 Private Foundation (미국의 수많은 재단들 ex) 록펠러 재단, 빌 게이츠가 설립한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도 600조원이 넘는 규모로 한국이 자랑해 마지않는 단일규모 세계 4위 규모인 570조원의 국민연금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좀 더 주목할 점은 위의 부류 중 전통적 개념의 기관 투자자들 (연금, 보험, 펀드) 외에 대학교, 연구소 혹은 병원 등에서 관리하는 기금, 또는 일반 사기업에서 설정된 미래 퇴직 연금에 대한 운용, 혹은 순수하게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 등 미국에는 내가 기존에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자금 줄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반면 한국의 기관 자금 성격은 전통적 부문에 집중 되어 있고, 그나마도 몇몇 단체에 몰려 있는 폐쇄적 구조를 갖고 있다(연금부문에서 국민연금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자금 확보에 목이 마른 자산 운용사들은 제한된 수의 자금 공급선 하에서 출혈 경쟁을 일상화한지 오래다. 한마디로 펀드 자금을 운용 해봤자 수수료를 워낙 후려쳤기 때문에 정작 운용 성과가 좋더라도 운용사는 돈을 못버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 운용사들도 요즘 수수료 인하 문제가 굉장히 큰 이슈이다. 하지만, 이렇게 크고 다양한 자금 공급선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한, 성과를 내는 운용사들은 수많은 기관 자금들의 지속적 수요의 혜택을 볼 것이라 생각된다. 자동차가 잘 굴러가야지, 무조건 싸다고 사지는 않기 때문인 지극히 당연한 논리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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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과정을 시작하다

얼마전에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Northwestern 대학의 Kellogg School of Management 에서 첫 학기를 시작했다. 사실 잘 다니던 직장을 놓고 미국에 온 가장 큰 이유가 나의 career를 바꿔보고 싶어서 였는데, 그걸 가장 구체적으로 도와줄만한 건 MBA밖에 없다는 판단에 혹독한(!) 준비 끝에 입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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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지급받은 명찰, 이름판, 학생증. 솔직히 이름판은 굳이 없어도 될듯.. 뭔가 과하다.

준비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것과 같은 헛짓의 반복이 아닐까 하루에도 몇번씩 좌절과 실망이 교차하는 시험공부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고생스러웠던 건 그다지 깊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왔던 나 자신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하게 서술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뭔가 짜임새 있고 일관성 있으면서 나에 대한 자랑을 담담하고 아니꼽지 않게 겸손하게 풀어내야 하는, 한마디로 종합예술이었다. 유학 준비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쳐야하는 통과의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무엇보다 고된 일이었고, 절대로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제 첫학기를 시작한터라 앞으로 익히고 배워갈 일이 많겠지만, 지금까지의 인상은 내 기대 이상으로 학교가 학생들의 career development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수업 일정도 그렇지만,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게 계속 이벤트를 만들고 알려준다. 아마 다른 경영대학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MBA는 다른 graduate school과 달리 거대한 취업양성소 같다는 느낌이다. ㅋㅋ 하지만 학교는 딱 상을 잘 차려주는 것 까지만 한다. 따라서 입에 직접 떠먹는 건 본인 몫이고, 그걸 게을리 하면 제 밥그릇 못찾아먹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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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동기들. 자기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출처:Kellogg MBA

첫수업때 동기 친구들에게 졸업하고 뭐할건지 물었더니 지금 회사 boss자리가 탐난다는 사람부터 아예 새로운 industry에 가고 싶다는 사람까지 매우 다양했다. 그런데 좀 놀라웠던건 거의 대부분 그런 목표가 굉장히 구체적이었다는 점이다. 맞는 얘기다.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정리가 되야 그에 맞는 준비를 통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본인을 강화할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 2년이란 시간은 짧을지도 모른다. MBA준비할 때 다른 블로그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본인이 왜 MBA가 필요한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짜 그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런 치열한 고민 없이 여기 오면 뭔가 되겠지 아 그냥 지금 회사 겁나 다니기 싫다 도피처로 생각해서 오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여기도 스트레스 많고 치열하다. 정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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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년동안 들락날락 할 건물. 잘해봅시다!

한국에 있을 때 난 Asset Management Firm에서 Fund Manager 로 일했었다. Equity Investment 를 주로 했어서 업무 자체는 정말 재밌고 다이내믹했다. 투자 대상 상장사들의 방대한 회계자료와 분석, 뿐만 아니라 현지 상황 파악을 위해서 출장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샌가 일이 참 많아서 사람들끼리 분업을 하더라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놓치는 기회들이 참 많음을 느끼고 이걸 어떻게 보완할 수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난 MBA에서 이런 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다. 다른 industry와 처럼, 오히려 더욱 방대한 Data들이 Financial Market에서 발생되고 그것이 때로는 Investable Idea로 인식되거나, 때로는 Noise로, 혹은 그냥 Rubbish로 버려진다.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 너머로 데이터가 발생하는데 실제 아직 Equity Investment 분야에서는 이에 대한 분석이나 관련된 내용들이 아직 많이 발달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 좀더 깊이 공부해보고 네트워크를 쌓아서 비지니스 기회를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