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마이크로소프트는 기발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Project Natick이라고 명명된,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바다에 집어넣고 해저에서 운영을 하는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더 놀라웠던 건, 이것이 “두번째” 실험이라는 것이다. 나는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IT 소식지인 Techneedle를 통해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 했던 바 있다.
최근 뉴스를 통해 차가운 해저에서 실험 운영하던 그 데이터센터를 바다에 집어넣은 지 2년 만에 실험을 마치고 마침내 다시 건져올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설치한 것도 아닌데, 예전에 관련 내용을 다뤘던 입장에서 꾀죄죄한 서버 탱크를 다시 보니 괜시리 반가웠다. 더불어 해저에서 2년 넘게 있었던 것치고는 생각보다 겉표면에 해조류나 바다 생물 붙어 있는 것이 덜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의 신뢰도는 육지보다 해저에서 약 8배 정도 더 높다고 밝혔다. 육상 데이터 센터의 대기 환경과 달리, 해저 데이터 센터는 서버가 들어가는 chamber 안에 건성 질소를 주입한다. 이것이 장비와 케이블에서 발생하는 부식의 속도를 늦추고 좀 더 나은 컴퓨터의 작동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마소는 꽤 오래된 대기업인데도 이렇게 간지나고 창의적인 실험을 잘 한단 말이야. 이미지 출처: Dailymail.co.uk
뿐만 아니라, 바닷속의 온도는 낮고 일정하며 에너지레벨도 안정적이다. 따라서 성능 최적화를 위해 육상 데이터 센터에서 소비하는 막대한 쿨링 비용이 절감되면서도 “바다”라는 자연 그대로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친환경적 컨셉까지 갖추었다. 아직 단점이나 보완해야 할 숙제들이 많지만, 전반적으로 꽤 매력적인 장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2022년 약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 된다. 클라우드 글로벌 3대장 (AWS, GCP, MS Azure) 모두 굉장한 매출 성장이 예상되지만, 그와 동시에 데이터 센터 확충 수요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각 사 모두 데이터 센터를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에 대해 연구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 한 해 국가 예산이 한 500조원.. 2022년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400조원.. 결론은 크다. 출처: CBInsights
그 연구와 고민의 핵심은 결국 비용이다. 부지 선정부터 유지 비용까지 많게는 몇천억씩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평균 기온이나 지질이 기준을 만족해야 함은 물론, 지진이나 각종 천재지변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선호될 것이다. 그리고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담보될 수 있는 곳이거나, 혹은 인프라 자체를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 육상 데이터 센터의 입지 선정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에, 지금이야 해저에 작은 서버 탱크로 시작한 실험이지만, 몇년 뒤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해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Nikola 트럭 주행을 홍보 했던 바로 그 장소. 주행 영상을 대체 왜 “내리막길” 에서 찍었을까. 보니까 여기 유타주 깡사막이던데, 여길 또 도시락 싸들고 가서 부지런히 팩트체크. 진심 대다나다. 출처: Hindenburg Research
회사는 당연히 반박했다. 하지만 회사 내용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궁색한 부분이 많았고, 시장에서의 의혹은 여전하다. 회장이자 CEO인 트레버 밀턴이 사임하고 GM 전 부사장이 후임을 맡았다고 하나, 니콜라 투자자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러면서 주가는 이를 반영하듯 아래 그림 처럼 당연히(!) 폭락 중이다.
9/21까지 주가도 개박살 중. 근데 오늘 (23일) 여기서 또다시 25% 대폭락 한 것은 안 비밀. 이유는 BP의 빠른 손절. 출처: YCharts
니콜라 케이스를 보면서, 나는 그간 잊고 있던 회사 하나가 떠올랐다. 그 이름도 찬란한 “테라노스”. 극 소량의 혈액으로 수백가지 질병을 진단해낼 수 있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세워 한때 90억달러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자랑했던 메디컬 스타트업.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의 정밀 취재로 인해 사기 행각이 드러나 결국 회사는 망했고, 창업자였던 Elizabeth Holmes는 사기죄 등 각종 죄목으로 재판 중이다.
사기는 테라노스처럼 되도록 크게, 한 10조원 정도로 정말 크게 쳐야 제 맛. 출처: New York Times
니콜라 케이스가 아직 결론이 난 것이 아니므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회사가 시장에서 니콜라에 대해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할 수 있다면 논란은 잦아들 것이다. 정확히 2년 전 테슬라가 그러했다. 테슬라도 사실 엄청나게 많은 악성 루머와 의혹에 시달렸다. 생산량이 부풀려졌다던지, 상장 폐지를 할 것이라는지 (사실 이건 fact이다).. 결국 운이든 실력이든 어떻게든 극복해내면서 기업 가치도 상승하고 논란도 일단락 되었다. 만약 니콜라가 테슬라가 아닌 테라노스의 길을 걷는다면, 아마도 또 한번 수많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와 함께 이미 휴지조각이 된 기업 재무제표를 가지고 의미없는 소송전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지탄과 함께.
미국 법무부 조사 착수. 이제 이 드라마 본격적으로 재미있어 질 예정. 출처: CNBC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로서 정말 다양하고 많은 스타트업들을 접하고 만난다. 스타트업들은 상장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과 달리,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데이터, 정보, 사업 구조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취약하다. 그래서 이런 회사들은 열에 아홉반은 망한다. 뭔가 후지고 딸리는 신생 회사의 가능성만을 보고 투자하기에 위험천만하다, 그래서 벤처 투자라는 말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미팅을 하다 보면, 아주 쉽게 수많은 자랑과 더불어 이 세상에 다시 없을 세계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마주하는 영광에 휩싸이게 된다. 한국은 겸손이 굉장히 큰 미덕이나, 적어도 미국의 스타트업 세계에서 겸손 따위는 일단 개나 주고 시작하는 것 같다. 그들은 하나라도 더 좋은 것, 왜 남들보다 잘나고 뛰어난 지를 치열하게 설명해준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글로벌 기업 XYZ와 대규모 협업을 계획 중. 성사되면 우리는 엄청난 매출 상승을 기대
혹은,
아직 매출은 없음. 하지만 기술의 완성도가 높고, 제약 유통사와 논의 중
혹은,
중국 ABC 사와 joint venture 추진 중. 성사시 매출 3배 이상 가능.
백번 양보해서, 일단 굉장히 큰 배포 혹은 장기적 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이처럼 희망사항 단계로 구체적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매우 낮은 계획을 토대로, 갖가지 불법적 시나리오와 방법을 동원해 기업가치에 어떻게든 선반영 시키려는 그릇된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테라노스는 이걸 정말 무리해서 실행했고, 결국 엄청난 사기적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말았다.
니콜라 사태가 확대되면, 언론에서는 또다시 수많은 개인, 혹은 기관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관투자자들 자신도 이러한 사기극의 조연으로서 충실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초기 스타트업이야 이른바 천지개벽할 뻥을 치더라도 대부분 가뿐히 무시되거나 실체가 없이 조용히 망한다. 이에 눈 멀었던 소수의 일부 투자자들은 빠르게 손절후 다른 기회를 찾는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무수히 반복된다.
문제는 초대형 스타트업으로 커버린 유니콘이 이러한 사기 행위에 연루되는 경우이다.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창업 단계부터 여러 단계의 펀딩이 중첩되면서 그 기업 가치가 계단식으로 올라간다. 업체가 적정 가치를 제안하나, 자금을 태우면서 이를 최종 정당화하는 것은 바로 투자자들이다. 그들은 속아서 투자금을 날리기 이전에, 충분히 평가하고 리뷰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을 수 있다. 혹은 더 최악인 것은, 회사 네임밸류가 좋고 참여한 주주들이 유명해서, 뭐 더 볼 것도 없이 잘 되겠지 하며 다른 투자자들이 대충 분석 해놓은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는 등의 행동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들이 그 사기극에 속은 피해자이긴 하나, 합리적 의심도 제대로 안해보고 동참하고 응원하기 바빴기에 그들은 이렇게 실체가 없는 엄청난 버블을 탄생시킨 것은 당연한 귀책 사유다.
이렇게 속아 넘어가 줄 수 있는 돈 많은 호구 투자자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우리는 기업의 사기와 거짓말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