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그렇게까지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산업의 변화에는 관심이 많다. 특히 음악 산업의 경우에는 최근 몇년 동안의 변화가 굉장히 다이나믹했고, 이제는 대세가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 가는 단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학생이었던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무형의 컨텐츠인 음악은 씨디나 테이프 혹은 LP의 형태로 판매되어 왔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씨디나 테잎같은 기존의 유형적 형태에서 탈피해 무형의 컨텐츠의 성격에 맞는 형태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그게 ‘디지털 음원’인 것이다.
음원이라는 것이 처음 음반 시장에 소개 되었을 때, 국내 음반 시장은 정말 빠르게 망가져 갔던 걸로 기억한다. 인터넷 속도의 혁신으로 이러한 음원파일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가수들의 아날로그 감성이 빠르고 편리하게 디지털라이징 되어 갔던 것과는 달리 관련법의 부재와 소비자들의 음원에 대한 가치부여 결여가 만나 광범위하게 음원의 불법 다운로드 및 유통이 일상화 되어 갔다.
사실 그 주범은 소리바다였고, 그 행동대장격인 아이리버 플레이어가 그러한 판을 키웠다고 하겠지만, 오히려 이들은 역설적으로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낸 주역들이라고 본다. 오히려 적절하고 빠른 관련법 제정과 제도를 적시에 확립하지 못한 그 당시 관련 부처의 꼰대들의 안일함이 더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몇년의 진통 끝에 법도 생겨났고, 제도도 확립되었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음원은 유료라는 인식도 마침내 자리잡았다. 이제 씨디와 테잎은 LP가 그랬던 것 처럼 시대의 유물이 되었고, 디지털 음원은 전세계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형의 매체로서 자리를 잡았다.
음원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업/다운로드 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속도가 발달과 정비례하는 만큼 그것조차 불편하게 느껴진 것이 현재 상황이다. 즉, 다운로드해서 단말기에 넣고 업데이트 하고 다시 또 찾고 하는 행태조차 불편해진 것이다. 그냥 클릭하고, 바로 듣는 이른바 스트리밍의 시대가 온 것이다.
미국의 음원 시장은 7조원 가량 된다고 한다. 그중에 40% 이상이 아이튠스로 수년간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 왔지만, 최근들어서 그 점유율은 계속 스트리밍에 빼앗기고 있다고 한다. 스트리밍 점유율은 10% 정도의 점유율에서 수년간 계속 상승 중이다. 즉, 아이튠스의 다운로드 베이스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용자들이 스트리밍으로 계속 이탈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상장도 하지 않은 스웨덴의 음원 스트리밍 기업 스포트파이가 2조원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있고, 한국의 음원 유통업체 로엔의 주가도 어느덧 리레이팅되어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간편한 삶의 가치는 이에 적응한 기업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한껏 높이는 것 같다.
스트리밍은 몇년 내로 다운로드 시기를 유물화 시켜버릴 또다른 골리앗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는 어떤 새로운 기술과 매체로 음악산업이 발달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