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블랙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

카카오택시 블랙 관련, 아침에 뉴스를 읽으면서 약간 낯뜨거움과 머리를 갸웃하게 만드는 그런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서비스 내용은 대략 8천원 기본료에 고도로 숙련된 리무진 기사가 고도로 잘 닦여 반들반들한 검은색(!) 고급세단과 함께 나타나 목적지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일게다.

그런데 왜! 이름이 카카오택시 블랙! 인건지.. 이미 한국에서 서비스 개시했다가 개꼰대의 개진상을 제대로 맛보고 철수했던 우버의 서비스 이름이 블랙 아니던가. 아니 하고 많은 색깔중에 하필 블랙일까 싶었다. 차가 다 검은색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우리가 우버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심오한 뜻이 담겼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볼때 굉장히 낡고 불공평한 현행 택시사업법, 그리고 기득권 유지에 온 힘을 다하는 택시조합, 그리고 그 표심을 심히 지키고 싶은 정치인들의 십자포화에 범법자로 낙인찍힌 우버에 대한 통렬한 조롱일까. (헤헤 너는 못했지 나는 해냈어)

카카오는 머 그런 거지같은 상황에서 최대한 머리 잘 쓴 것 같다. 글로벌하게도 운송 문화의 대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그나마 현행법률 지켜가며, 수많은 한국의 꼰대 관계자들 납득시켜가며 만들어낸 모델일테니(그 양반들 택시나 타봤으려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게 내 눈에는 그냥 쥐어짜낸 혁신적 코스프레 모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한테는 서운하겠지만, 이게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먹힐 모델일까에 대한 의심이 너무 많이 드는 거다. 한마디로. 이건 뭐 그냥 모범택시자나..그냥 카카오 모범 이라고 하지.

카카오 모범택시랑 경쟁 안한다 – 이데일리 (과연 모범택시조합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

근데 이게 끝이 아니다. 난 솔직히 그 모태가 되는 카카오택시부터 비판하고 싶다. 이미 “공인된 택시기사” 들로 공급자(드라이버) 풀을 한정시킨 기형적인 상황에서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서울 시내에 혼자 탄 차들이 그렇게 많건만, 결국엔 택시 미터기 있는 차들만 인정한 셈이다. 현행법이 그러하니 어쩌겠어 따라야지 그럼 어기냐 라는 반문 충분히 가능하겠으나, 우버가 추구하는 “누구든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는 간단한 전제를 미리내다보고 법조항에 넣어놓은 나라가 전 세계에 얼마나 되겠느냐라고 묻고싶다. 다들 첨 나왔을때는 이게 뭐야 내 밥그릇 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받아들여 내재화 했고, 우리는 기존의 법체계를 수성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세력에 철퇴를 가했을 뿐이다.

승객입장에서 카카오택시의 효익은 “콜택시비용 안내는 콜택시”, “내가 이동하는 택시가 추적이 되니 약간 안심됨”, “택시잡느라 개고생안해도됨” 정도로 요약될 수 있겠고, 반대로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빈 차로 기름쓰는 거리가 감소”, “다른 택시랑 손님두고 싸움”, “쓸데없이 줄 안서도 됨” 등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제는…여전히 그 카오디오같이 생긴 미터기에 갇혀있다. 그걸 카카오가 가져오지 못한다면, 카카오택시는 말 그대로 콜앱 정도에 불과하지 않겠나 싶다. 광고 깔아서 돈번다고 하면 진짜…답안나오는 얘기일 것이다. 업데이트를 못했지만, 카카오택시로 돈번다는 소리는 아직 못들어봤다. 물론, 우버도 돈 못번다. ㅋ 근데 핵심은 그게 아니지.

택시는 이미 상시 상업용으로 길거리를 뛰는 이상,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 그 이상을 기본적으로 청구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즉, 택시 회사의 고정비까지 내가 내는 택시비에 일부 녹아 있다고 본다. 그래야 택시 회사 사무실도 돌아가고, 세금도 내고,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있겠지. (버스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이겠으나, 버스비 자체가 택시비와는 비교도 안되게 저렴하고, 버스는 오히려 지하철에 가깝게 공공서비스의 성격을 띄고 있으므로 논외로 하고자 한다.)

내가 여기서 이용하는 우버는 그런 맥락에서 자유롭다. 즉, 소비자(승객)과 공급자(드라이버)간에 끼어있는 이해관계자들이 택시회사대비 현저하게 적다. 미국을 예를 들자. 그 큰 나라에서 거의 전역에서 서비스를 하지만, 지역마다 개라지도 없고, 소속 드라이버도 없고, 심지어 차도 없다. 즉 운영비용 및 고정비가 시스템안에서 알아서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가 택시비에 그러한 추가적인 비용을 청구당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비용도 소비자가 이동한 만큼, GPS로 쫒아다니면서 실시간 추적을 해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 청구되는 것이다. 물론 우버가 여기서 일부 떼먹겠지만, 어쨌든 원타임 운행으로도 충분히 드라이버는 손에 cash를 쥘 수 있기 때문에 동기부여는 충분하고, 별점을 높게 유지해야 성사가 잘되는 알고리즘 안에서 열심히 그다음 그다음 운행을 위해서 뛰게 되는 것이다. 손님은 싸고 편하고 납득할 수 있는 쉬운 시스템을 내 모바일 폰에서 실행할 수 있고, 드라이버는 수수료를 우버에게 주더라도 내가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강력한 motivation이 이 서비스의 핵심 선순환 요소가 아닌가 싶다.

반면 카카오택시(일반택시)를 들여다보자. 택시기사는 카톡 택시를 열심히 쓰더라도 여전히 택시회사에 사납금을 내고 월급을 받는다. 승객들도 카톡택시 쓰기 편리하다고 하지만 그 뿐이다. 결제가 기존 시스템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월급”받는 택시 기사들은 승객하나하나의 운행에 그닥 신경 쓰지 않고, 설령 차가 냄새가 난다거나 본인이 길 운행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다. 승객들은 그런 일부 택시기사들의 안일한 태도가 열받는거고. 그래서 택시기사들은 쌔빠지게 일해도 월급이 적어서 불만이고, 승객들은 서비스 개선을 했다는데 과연 어디서 했다는거지 라는 불만이 계속 나오는게 아닐까.

택시회사도 먹고 살아야 하고, 기존 법체계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겉으로는 혁신을 부르짖으면서 이런 기존의 물고 물렸던 안일하고 불편한 체제에 대해서 과감한 변화를 일으킬 용기조차 없다면, 그건 그냥 코스프레지 진정한 혁신이 아니라고 본다. 미국에서 스타트업이 이렇게 저렇게 한다더라 얘기는 많고 심지어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미국의 핫한 트렌드나 아이디어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시기도 훨씬 빨라졌다. 하지만, 그냥 막무가내로 따라하고 이름 똑같게 한다고,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안되듯이, 뭐가 그 핵심적 선순환 요소를 만들어내고 소비자랑 공급자의 유기적 결합의 원천인지 파악 못하면 몇년 못가서 그냥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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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산업 – 대세는 스트리밍

나는 음악을 그렇게까지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산업의 변화에는 관심이 많다. 특히 음악 산업의 경우에는 최근 몇년 동안의 변화가 굉장히 다이나믹했고, 이제는 대세가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 가는 단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학생이었던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무형의 컨텐츠인 음악은 씨디나 테이프 혹은 LP의 형태로 판매되어 왔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씨디나 테잎같은 기존의 유형적 형태에서 탈피해 무형의 컨텐츠의 성격에 맞는 형태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그게 ‘디지털 음원’인 것이다.

음원이라는 것이 처음 음반 시장에 소개 되었을 때, 국내 음반 시장은 정말 빠르게 망가져 갔던 걸로 기억한다. 인터넷 속도의 혁신으로 이러한 음원파일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가수들의 아날로그 감성이 빠르고 편리하게 디지털라이징 되어 갔던 것과는 달리 관련법의 부재와 소비자들의 음원에 대한 가치부여 결여가 만나 광범위하게 음원의 불법 다운로드 및 유통이 일상화 되어 갔다.

사실 그 주범은 소리바다였고, 그 행동대장격인 아이리버 플레이어가 그러한 판을 키웠다고 하겠지만, 오히려 이들은 역설적으로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낸 주역들이라고 본다. 오히려 적절하고 빠른 관련법 제정과 제도를 적시에 확립하지 못한 그 당시 관련 부처의 꼰대들의 안일함이 더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몇년의 진통 끝에 법도 생겨났고, 제도도 확립되었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음원은 유료라는 인식도 마침내 자리잡았다. 이제 씨디와 테잎은 LP가 그랬던 것 처럼 시대의 유물이 되었고, 디지털 음원은 전세계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형의 매체로서 자리를 잡았다.

음원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업/다운로드 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속도가 발달과 정비례하는 만큼 그것조차 불편하게 느껴진 것이 현재 상황이다. 즉, 다운로드해서 단말기에 넣고 업데이트 하고 다시 또 찾고 하는 행태조차 불편해진 것이다. 그냥 클릭하고, 바로 듣는 이른바 스트리밍의 시대가 온 것이다.

미국의 음원 시장은 7조원 가량 된다고 한다. 그중에 40% 이상이 아이튠스로 수년간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 왔지만, 최근들어서 그 점유율은 계속 스트리밍에 빼앗기고 있다고 한다. 스트리밍 점유율은 10% 정도의 점유율에서 수년간 계속 상승 중이다. 즉, 아이튠스의 다운로드 베이스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용자들이 스트리밍으로 계속 이탈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상장도 하지 않은 스웨덴의 음원 스트리밍 기업 스포트파이가 2조원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있고, 한국의 음원 유통업체 로엔의 주가도 어느덧 리레이팅되어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간편한 삶의 가치는 이에 적응한 기업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한껏 높이는 것 같다.

스트리밍은 몇년 내로 다운로드 시기를 유물화 시켜버릴 또다른 골리앗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는 어떤 새로운 기술과 매체로 음악산업이 발달할지 기대가 된다.